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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고학 이야기

영화 <승리호>에서 만나는 고대 이집트

by 곽민수 2021. 2. 16.

이런 저런 논란들 가운데, 저는 영화 <승리호>에 대해서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 영화'라는 관점에서는 특별히 흠 잡을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우호적으로 평가를 하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건 이 영화에서 '고대 이집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지도 모르겠고, 또 아직 안보신 분들은 영화를 보실 때 유심히 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 영화 초반부에 '청소부'들이 쭉 이어서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합니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 아랍어를 사용하는데, 바로 이 캡춰 장면 속에 있는 이 분입니다.

출처 : 영화 <승리호> 캡춰

그런데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지만 이 분의 뒤쪽 좌측으로 낯익은 형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머리에는 암소뿔 사이에 태양원반이 놓여져 있는 관을 쓰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입니다. 이 분은 바로 '이시스Isis 여신'입니다. 아마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는 분들이 꽤 많을텐데, 이 여신은 역시나 비교적 유명한 이집트의 신인 '오시리스Osiris'의 부인이나 여동생이고, '호루스Horus'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시스 여신은 또 다른 여신인 '하토르Hathor'와 그 모습만으로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씨로 쓰여져 있는 이름을 봐야되는데, 이 장면에서는 여신의 이름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하토르의 경우에는 와스Was라고 하는 힘과 권세를 의미하는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시스는 연꽃 머리가 달린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도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이 영화 속 장면에서는 아주 분명하지는 않지만 여신이 들고 있는 것이 와스보다는 연꽃 머리 지팡이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고대 이집트 여신의 그림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통해서 아랍어 억양에 대한 이해 없이도 이 청소부 아저씨가 이집트 출신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디테일을 영화 제작진이 꼼꼼하게 챙겼을지, 아니면 그냥 피상적으로 대충 고대 이집트와 관련한 이미지를 아무것이나 넣었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영화의 만듬새가 사실 그다지 꼼꼼하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는 후자일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이렇게 '고대 이집트'를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만큼은 즐거운 일입니다. (영화도 '그냥 보기에는' 꽤 재밌습니다.)

이시스 여신. 부조 속에 있는 3명의 인물들 가운데 가장 우측에 있는 것이 이시스 여신입니다. 자신의 남편이자 오빠인 오시리스를 이렇게 날개를 펼쳐서 보호하고 있는 이 장면은 두 신을 그릴 때 널리 사용되는 모티브입니다. 머리에는 암소뿔 사이에 태양원반이 놓여져 있는 관을 쓰고 있고요. 좌측에 있는 인물은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2세 (즉위명 : 우세르-카-안-라 메리-아멘)인데, 오시리스와 이시스 두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필라에 섬의 이시스 신전 부조.
필라에 섬이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