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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고학 이야기

'뮤온' 입자로 피라미드 신비 벗긴다. [2016년 1월 33일 경향신문 칼럼]

by 곽민수 2021. 3. 7.

최근 이집트 당국은 ‘뮤온(Muon)’이라는 방사성 입자를 가지고 고대 피라미드의 내부를 조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출신 고고학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투탕카문의 묘를 레이저로 스캔, 내부에 숨겨진 ‘비밀의 방’을 찾는 방안이 나왔다. 영화 속 인디애나 존스 같은 옷차림을 한 고고학자들이 한 치씩 땅을 파고내려가며 유물을 캐내는 것은 이제 옛날 이야기다. 요즘에는 고대 유적의 신비를 벗겨내기 위해 온갖 첨단 과학연구들이 동원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조사 대상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집트 고고학자들은 ‘피라미드 스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카이로 근교 기자에 있는 피라미드 2기, 다슈르에 있는 2기를 조사하고 있다. 모두 이집트 고왕국 시절인 기원전 2600~2500년 경에 세워진 것들이다. 피라미드의 건설과정과 구조에 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지만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없다. 문화유산혁신·보존연구소(HIPI)는 피라미드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뮤온 방사성 입자 측정법, 적외선 온도측정법, 사진계측법 등 다양한 첨단 과학적 조사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다슈르의 굴절 피라미드 (출처: 곽민수)

지난해 11월 연구팀은 적외선 온도 측정법으로 기자의 대(大)피라미드를 조사했다. 일출에서 일몰까지 하루 동안 피라미드의 온도변화를 측정해보니 동쪽 면 하단부 3개 블록의 온도가 다른 부분과 다르게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다양한 가설과 가능성이 있으며, 피라미드 안쪽에 빈 공간이 있을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대피라미드는 기원전 2589-2566년 재위한 쿠푸 왕의 것이다. 또 다른 조사대상인 피라미드는 기자의 쿠푸의 아들 카프라가 세운 것이다.

 

프로젝트팀은 12월에는 다슈르로 장소를 옮겨 유명한 ‘굴절식 피라미드’를 조사했다. 굴절 피라미드는 기원전 2613-2589년에 재위했던 파라오 스네푸르의 것이다. 이 조사에 쓰인 것은 뮤온 입자로, 연구팀은 피라미드 내부에 40여개의 측정판을 설치했다. 뮤온은 전자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지만 질량은 훨씬 크며 성층권에서 끊임없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지표면에 떨어진다. 이 입자는 투과하는 물질의 밀도에 따라 에너지를 잃는 양이 다르다. 따라서 뮤온이 쏟아진 패턴을 관찰하면 뮤온이 지나온 길에 물질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화산 내부를 조사하는 데에 뮤온을 이용하며 2011년 대지진으로 폐쇄된 후쿠시마 원전 상태를 알아낼 때에도 이 방법을 썼다. 피라미드 연구에 참여한 나고야대학은 이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다슈르의 굴절 피라미드 내부 구조

지난 17일 HIPI의 메흐디 타유비 소장은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측정판으로 수집한 뮤온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굴절 피라미드는 다른 피라미드들과 다르게 내부가 복잡한 이중구조로 돼 있으나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함께 조사가 이뤄진 ‘붉은 피라미드’도 스네푸르 시절의 것이다.

 

룩소르에 있는 유명한 ‘왕들의 계곡’도 첨단기법을 내세운 학자들의 눈을 피해갈 수 없다. 투탕카문의 무덤은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발굴했고, 이후 이집트에서 가장 인기 많은 관광지가 됐다. 관광객이 줄이으면서 무덤이 손상될까 우려한 이집트 정부는 2009년부터 실제 무덤을 대체할 무덤 모형 제작에 착수했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스페인의 문화재·미술품 전문 스캔업체 팍툼아르테가 무덤 전체에 대한 정밀 3D 스캔 작업을 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니콜라스 리브 박사는 지난해 여름 이 스캔작업의 결과물을 토대로 묘실 벽 뒤에 빈 방이 있으며, ‘미녀 왕비’로 유명한 네페르티티의 무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투탕카멘 무덤 도면: 노란색으로 표시된 x와 y 부분이 리브 박사가 추정하는 무덤 내 숨겨진 공간 (출처: Reeves, N., 2015. “The Tomb of Tutankhamun: A Double Burial?” British Archaeology (November/December) p. 38.)

 

리브는 이집트 당국의 허가를 얻어 두 차례에 걸쳐 투탕카문 무덤 내부를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1차 조사에서는 적외선 온도측정법을 썼다. 만약 벽 뒤에 빈 공간이 있다면 다른 부분과는 온도가 다를 것으로 가정하고 무덤벽면의 온도 분포와 온도 변화를 측정했다. 조사 이후 이집트 고고부 장관 맘두 엘다마티는 “무덤 북쪽벽에 다른 부분과 온도분포가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3주 후에는 레이더로 2차 조사를 했고, 이 조사에는 일본인 레이더 전문가 히로카츠 와타나베가 참여했다. 조사결과는 고무적이었고, 엘다마티는 “투탕카문 무덤에 숨겨진 공간이 있을 가능성은 90%다”라며 확신에 찬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 숨겨진 공간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리브는 네페르티티 무덤설을 주장하지만, 과거 호스니 무바라크 정부시절 최고유물위원장을 지낸 유명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는 “리브의 주장은 1%의 가능성도 없다”며 일축했다. 엘다마티도 이 비밀의 공간이 네페르티티의 무덤이기보다는 남편 아케나텐 파라오의 또 다른 부인 키야 혹은 아케나텐과 네페르티티의 맏딸 메리타텐의 무덤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투탕카문은 아테나텐의 뒤를 이은 파라오다.

 

칼럼 원문 :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222051085&code=970100